1.
어렸을 때는 식목일이 빨간날이었다. 아빠랑 서천에 내려가서 묘목을 심었던 기억이 난다. 나는 자두 나무를, 언니는 살구 나무를, 엄마는 무화과 나무를 심었던 것 같은데 자두 나무랑 살구 나무는 죽고 무화과 나무는 여전히 마당에 무성하게 자라있다. 그 생명력이, 그 에너지 덕분에 우리 가족이 잘 살고 있는 것일까. 잘 모르겠지만 맞는 것 같다.
2.
지난 토요일에는 상은이랑 땅스 농장 첫 파종을 다녀왔다. 삽질, 괭이질, 호미질, 엄마 아빠가 하는 것만 봤지 직접 해본 적은 없었는데 나름 적성에 맞았다. 아무 생각없이 큰 흙을 깨고, 돌을 고르고, 흙 속 미생물들과 인사(?)도 하고. 종자 회사에서 만든 1년만 잘 자라는 씨앗과, 야채 모종도 심었지만, 제일 인상깊었던 건 토종 씨앗에 대한 이야기였다. 씨를 받아 농사를 하는 농법은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어 생산성이 좋지 않아 지금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. 여전히 씨앗을 받는 농법을 하는 사람들은 7-80대 할머니들이고, 그 분들에게 왜 씨앗을 받는 농사를 하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하는 답이 "나는 이게 제일 맛있어"라고 하신댔다. 제일 맛있는 것을 자신이 먹고, 또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. 더 좋은 생산성, 더 많은 수확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, 우리에게 무엇이 더 좋은가.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, 하는 마음이라는 것. 토종 씨앗으로 심은 담배 상추, 완두콩, 속노란홍감자가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.
3.
서울환경연합에서 받은 도토리를 심었는데 아직 싹이 올라오질 않는다. 물을 조금 주어서 그런가, 오늘은 물도 듬뿍 주고 햇빛도 쐬여주어야지.
4.
몇 주 전에 성수동에서 분재해온 꽃댕강은 잘 자라고 있다. 식물등의 효과인지, 여린 새 잎이 계속 돋아난다. 나무는 끝이 시작이라는 시 구절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기분. 꽃댕강 나무를 잘 키워서, 서천 집 마당에 옮겨 심어야지. 도토리 키워서 상수리 나무도 같이! 오늘은 식목일이니까 꿈은 크게 크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