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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수 네추럴리네추럴 분재 클래스 후기

생성 일시
2022/10/16 11:59
태그
일기
[지금 여기가 맨 앞]
야생 초목을 고르고, 어울리는 화분을 고르고, 이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흙의 비율을 만들고 섞어 화분을 채우고, 나무를 꺼내 엉킨 뿌리의 흙을 탈탈 털어내어 내가 자연에서 데려올 나무의 장면을, 나무의 정면을 정해 자리를 잡고, 또 흙을 채우고, 물을 흠뻑 주어 물다짐을 하고, 내가 만든 작은 자연에 어울리는 돌과 이끼를 깔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업.
할 일도 많고, 욕심도 많고, 변화하고 싶은 것도 많은 3월에 멈춤이 되어주는 순간이었다. 내가 고른 작은 나무의 정면을 정하면서 내 삶의 정면에 대해 생각했다. 나는 앞을 똑바로 보고 있을까. 내가 자꾸만 무언가의 뒤로 숨으려하진 않았을까 의심하게 되는 때가 오면, 작은 세계를 만들던 분재의 감각을 기억해야지. 나무의 정면을 선택하고 내 손으로 만들어내던 시간을 떠올려야지.
지금 여기가 맨 앞 / 이문재
나무는 끝이 시작이다.
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.
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
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
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.
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.
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
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.
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
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
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
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.
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.